일반적으로 법주체 사이의 권리의무관계를 법률관계라 한다. 어느 일방이 행정주체 인 법률관계는 대체로 공법상 법률관계(이하 ‘공법관계’라 한다)인 경우가 많으나, 사법상 법 률관계(이하 ‘사법관계’라 한다)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어떠한 법률관계가 공법관계인지 사법관계인지에 따라 공법관계의 경우에는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민법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거나 제한될 수 있고, 특히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이 구별되어 있는 우리 법제상 분쟁이 발생한 경우 공법관계는 행정소송(공법상 당사자소송, 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 사법관계는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공법관계와 사법관계의 구별은 현실적으로 중요 한 의미를 갖는다.
공법관계와 사법관계 구별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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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관계와 사법관계를 구별하는 기준에 관하여는,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행 정주체가 관련되는 법률관계는 공법관계, 사인간의 법률관계는 사법관계로 보아야 한 다는 견해(주체설),
②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주체에게만 귀속될 수 있는 법률관계 가 공법관계, 사인에게도 귀속될 수 있는 법률관계는 사법관계라는 견해(신주체설),
③ 지배복종관계 또는 공권력관계에 해당하는 법률관계는 공법관계이고 그렇지 않은 평등관 계 또는 대등관계에서의 법률관계는 사법관계라고 보는 견해(권력설), ④ 공익에 관한 것 을 공법관계, 사익에 관한 것을 사법관계라고 설명하는 견해(이익설) 등이 있다. 그러나 공법관계와 사법관계의 개념적 구별이 처음부터 이론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 아니므로 위 학설 중 어느 하나의 학설로 모든 공사법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판례 역시 위 각 학설이 주장하고 있는 여러 요소와 관련 법령의 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공법관계와 사법관계를 구별하고 있다.
행정소송법 제39조는, “당사자소송은 국가·공공단체 그 밖의 권리주체를 피고로 한 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당사자소송의 경우 항고소송과 달리 ‘행정청’이 아닌 ‘권리주체’에게 피고적격이 있음을 규정하는 것일 뿐, 피고적격이 인정되는 권리주체를 행정주체로 한정한다는 취지가 아니므로, 이 규정을 들어 사인을 피고로 하는 당사자소 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9. 9. 24. 자 2009마168, 169 결정(재개발조합과 조합장 또는 조합임원 사이의 선임·해임 등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사법관계),
대법원 2010. 4. 8. 선고 2009다93923 판결(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조 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 사이의 매도청구를 둘러싼 법률관계는 사법관계),
대법원 2013. 3. 21. 선고 2011다95564 전원합의체 판결(납세의무자에 대한 국가의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의무는 공법상 의 무),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102629 판결(지방자치단체와 그 소속 경력직 공무원인 지방소방공 무원 사이의 근무관계는 공법관계),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다221566 판결(토지구획정리사업에 따른 공공시설용지의 원시취득으로 형성되는 국가 등과 사업시행자 사이의 관계는 공법관계),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6다227199 판결(미간행: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사 이의 현금청산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사법관계),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두11328 판결(지방자치단 체의 장이 조례나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 중 조사·검사·검정·관리업무 등 주 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무를 법인·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게 위탁하는 법률 관계는 사법관계),
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5다221569 판결(도시정비법에 근거한 정비기반시설의 소 유권 귀속에 관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비사업시행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공법관계),
대법원 2019. 9. 9. 선고 2016다262550 판결(국토계획법 제130조 제1항, 제3항의 해석상, 토지 소유자 등이 사업 시행자의 일시 사용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의를 거부하는 경우, 사업시행자는 해당 토지의 소유 자 등을 상대로 동의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이와 같은 토지의 일시 사용에 대한 동 의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는 국토계획법에서 특별히 인정한 공법상의 의무이다)
공법상 계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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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상 계약이란 공법적 법률관계에 관한 계약(행정기본법 제27조)으로서, 공법적 법률관 계를 규율하기 위하여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의 합치로 성립한다. 대등한 당사 자 사이에서 의사가 합치되어 성립한다는 점에서 사법상 계약과 같으나, 그 대상이 공 법적 법률관계라는 점에서 사법적 계약과 구별된다.공법상 계약에 관하여 개별 법률에서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 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계약의 당사자가 계약에 관한 일반 규정이나 법리가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공법상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를 상대로 그 효력을 다투거나 그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이므로 분쟁의 실질이 공법상 권리‧의 무의 존부‧범위에 관한 다툼이 아니라 손해배상액의 구체적인 산정방법‧금액에 국한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한다.
공법상 계약에 대한 사법상 계약에 관한 규정의 적용 여부
공법상 계약은 행정처분 등으로 형성되는 일반적인 공법관계와 달리 민법에서 정하 고 있는 ‘계약’이라는 형식을 공법적 법률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 때 계약 형식을 선택한 행정청으로서는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공법상 계약에는 개별법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민법상 계약이나 법률행위 규정이 직접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법상 계약에 민법상 계약이나 법률행위의 규정이 직접 적용되는 지 여부는 공법관계에 구체적인 법적 규율이 없는 경우 민법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법 의 흠결을 보충할 수 있는지 여부와는 논의의 국면을 달리한다. 독일 행정절차법은 공 법상 계약(öffentlich-rechtlicher Vertrag)에 관하여 제54조부터 제61조까지의 규정에서 특 별히 정하지 않은 이상, 먼저 행정절차법의 다른 규정들이 적용되고 보충적으로 민법의 규정들이 준용된다고 정하고 있다(독일 행정절차법 제62조).
대한민국 법률에는 이에 해당하는 규정이 없는데, 사법상 계약과 공법상 계약을 구분하지 않고 민법 규정의 적 용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만일 계약의 성립부터 소멸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 계, 가령 의사의 합치, 계약의 이행과 불이행,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계약의 해제, 해지 등을 포함한 여러 규정이 공법상 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공법상 계약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하여 당사자들의 예측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법적 안정성이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행정청이 계약이라는 방식을 선택하여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의 합치를 통 하여 법률효과를 발생시킨 이상 계약에 관한 일반법리가 적용됨은 당연하다. 행정청으 로서는 계약에 관한 일반법리의 적용을 피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있는 사안에서는 행정처분을 활용할 수 있다. 행정기본법 제27조 역시 공법상 계약은 ‘법령 등을 위반하 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체결할 수 있다고 하고 있는데, 행정청이 법령에서 부여된 권한 내에서 상대방과 대등한 당사자임을 전제로 ‘계약’이라는 형식을 선택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계약에 관한 법리의 적용만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종래 민법상 계약이나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를 통해 공법상 계약에 관한 각종 분쟁을 해결해 왔다.
즉, 공법상 근무관계 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공법상 계약에 민 법상 계속적 계약의 해지 법리를 적용하여 공법상 계약의 해지를 인정하였고,소멸시효 중단에 대한 민법 법리를 적용하여 공법상 계약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과 체결 한 생산설비정보화지원사업 협약 해지에 따른 지원금 반환채권의 소멸시효 중단 여부 를 판단하였으며, 구 민·군겸용기술사업 촉진법에 근거한 민·군겸용기술개발과제 협 약의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민사소송법의 전속관할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실시협약의 해지에 따른 주무관청의 해지 시 지급금 지급의무와 사업시행 자의 귀속시설 인도의무는 ‘이행상의 견련성’에 의해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았고, 실시협약을 체결하였으나 지방의회의 사전 의결이 없었음을 이유로 실시협약이 무효로 된 경우 계약체결상 과실책임에 관한 민법 제535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 정하였으며, 실시협약상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을 ‘수급인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 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 여부를 판단하였다. 그 밖에 도 실시협약상 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또는 지체상금 부존재확인청 구, 실시협약 해제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등 공법상 계약과 관련된 여러 사 건에서 대법원은 민법 규정을 적용하였다.
공법상 계약을 규율하는 개별 법률이나 공법상 계약 등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 사법상 계약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공법상 계약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구체적으로 규율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공법상 계약의 구체적인 법률관계를 판단할 때에 민법상 계약이나 법률행위 규정 또는 채무자회생법 등에서 정하고 있는 계약에 관한 규정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공법상 당사자소송과 민사소송의 관계
1) 사법관계인데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제기한 경우
행정사건의 심리절차는 행정소송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행정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특 칙이 적용될 수 있는 점을 제외하면 심리절차 면에서 민사소송 절차와 큰 차이가 없으 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사건을 행정소송 절차로 진행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 고 볼 수는 없다.
2) 공법관계인데 민사소송으로 제기한 경우
원고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행정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할 사건을 민사소송으로 잘못 제기한 경우, 수소법원으로서는 만약 그 행정소송에 대한 관할도 동시에 가지 고 있다면 이를 행정소송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하고,36) 그 행정소송에 대한 관할을 가 지고 있지 아니하다면 당해 소송이 이미 행정소송으로서의 전심절차 및 제소기간을 도 과하였거나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이 존재하지도 아니한 상태에 있는 등 행 정소송으로서의 소송요건을 결하고 있음이 명백하여 행정소송으로 제기되었더라도 어 차피 부적법하게 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이를 부적법한 소라고 하여 각하할 것이 아니 라 관할법원에 이송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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